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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답게 죽을 권리를 보장하다

문예림 2018-02-07 조회수 : 20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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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면서 잘 살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은 당연시해오면서 삶을 어떻게 잘 마무리하는가에 대해서는 그다지 깊이 생각하지 않습니다나이가 지긋이 들기 시작하면 그제서야 다가올 삶의 마지막을 천천히 준비하게 됩니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함에 따라 각종 질병의 증가, 1인 가구의 증가로 어디에서 누군가 고독사하였다는 소식이 나날이 늘고 있습니다고독사가 많아짐에 따라 각 시∙도∙단체에서는 이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이러한 현상이 웰 다잉(Well-Dying)’이라는 가치관을 더욱 확산시키고 있는 것일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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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그동안 우리나라는 존엄사나 안락사와 같은 죽을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가 전무했는데요
2018 2 4, ‘연명의료결정법이라는 이름으로 최소한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거부할 수 있게 됩니다오랫동안 합법화 여부를 두고 많은 논의가 있었던 존엄사가 허용되는 것이죠.

그런데 여러분혹시 존엄사와 안락사의 차이에 대해 아시나요

우리나라 표준국어대사전에 존엄사는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최소한의 품위를 지키면서 죽을 수 있게 하는 행위. 또는 그런 견해. 의사는 환자의 동의 없이 원칙적으로 치료 행위를 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정의되어 있습니다. 안락사가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는 불치의 환자에 대하여, 본인 또는 가족의 요구에 따라 고통이 적은 방법으로 생명을 단축하는 행위"로정의되어 있는 것과는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안락사의 방법을 설명하면 조금 더 그 차이가 명확해질 것 같습니다.

안락사의 두 가지 방법

1. 의사가 안락사를 희망하는 환자에게 주사 등의 방법으로 직접 약을 주입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는 방법.
2. 안락사를 희망하는 환자에게 언제든 죽을 수 있도록 처방하는 방법.

존엄사가 죽음을 앞둔, 임종기에 있다고 판단되는 환자가 본인의 의지에 따라 행해지는 것에 비하면 상당한 차이가 느껴지시죠? 
사실 존엄사는 서양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단어라고 하는데요, 왜 그럴까요?


도쿄대 의대를 졸업하고 종합병원에서 11년간 근무하다가 재택의료로 전향하고 현재는 일본 존엄사협회 부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나가오 가즈히로는 이렇게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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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미국 오리건 주와 워싱턴 주의 안락사법은 'Death With Dignity Act'라는 표현을 사용해요. 이 말을 번역하면 곧 '존엄한 죽음'이 됩니다. 다시 말해 미국 사람이 보기에는 일본에서 말하는 안락사가 'Death With Dignity'. 그리고 일본에서 정의하는 존엄사에 해당하는 말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굳이 표현하자면 '자연사' 정도 될까요?

미국은 개인주의를 중시하는 나라라서 그런지 존엄으로 번역할 수 있는 단어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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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gnity, majesty, sanctity, pride... 

이 단어들은 모두 존엄이라는 말로 바꿀 수 있어요. 

서양에서 정의하는 존엄사는 너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사람은 자연스럽게 존엄사의 형태로 죽어갑니다. 너무나 당연해서 정의를 내릴 필요가 없기 때문에 '존엄사'에 해당하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는 거예요. 굳이 표현하자면 'Natural Death'라고나 할까요.

정리하면, 서양에서는 죽음의 문턱에서 연명 치료를 그만둘 수 있다는 의미인데요, '서양에서는 본인의 뜻이 명확하고 또한 임종기(인생의 마지막 단계)라고 판단되면 의사의 승인을 받아 연명 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고 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바로 이 지점이 4일 이후 우리나라에서 허용하는 '죽을 권리'가 됩니다. 작년 10월 23일부터 시범 운영을 시작하여 현재 임종기에 연명의료를 중단하겠다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이는 무려 9,000여 명에 달하고 이미 존엄사한 사람은 47명이라고 합니다.

각 계에서는 사망보험금 지급의 문제, 의료 현장과의 괴리감 등으로 인해 초기 시행착오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물론 제도의 안정화를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요. 중요한 사실은, 기본적인 존엄성마저 해치는 고통스러운 죽음의 문턱에서 환자 본인의 의지에 따라 인간답게 죽을 수 있는 선택지가 생겼다는 것입니다.